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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야기] 실체를 파헤치는 것인지 긁어부스럼인지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가끔은 어떤 행동을 하면서 정의를 구현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쓸데 없는 민폐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제 발표했던 인공위성 사건은 실제 사안의 성격과는 달리 온 국민의 욕을 먹었지만, 저는 사실 이 사태는 상당 부분 정치인의 “무지의 소치”와 “정치적 욕심”과 거기에 정부의 “긁어부스럼”이라는 화룡점정이 그 원인이었다고 봅니다.

ITU에서 할당하는 정지궤도상의 하나의 위치나 국가 내에서 특정 기기나 서비스에 할당하는 주파수대역은 앙도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에도 국가 자산인 궤도와 주파수를 팔았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돌면서 사실파악에 대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특정 회사가 밑도 끝도 없이 욕을 먹는 상황은 참으로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안타깝게도 판결에서 조차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위와 같은 개탄스러움은 국회의원의 문제제기로 우왕좌왕했던 정부기관의 대응이야말로 끝판왕이었는데, 그게 뭐냐면 이미 체결된 계약을 갖다가 무턱대고 물르라고 매도인 측에 압박을 넣은 겁니다.

그러자 매수인 측에서는 당해 위성이 궤도가 다른 곳에 있었다고 문제를 일으키는 한편, R사에게 이야기하여 매도인이 가지고 있던 관제권을 탈취해버립니다.

애초에 후속위성을 올릴 때까지 궤도 점유권을 모두 보장하는 차원에서 관제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를 계약에 명시하였고, 실제로도 관제권을 매도인이 굳건히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손도 못쓰게 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죠.

단순 인가 허가 또는 신고의 흠결이 이 사건의 핵심논점이었는데, 이게 무슨 매국노 급의 허무맹랑한 논란으로 확장되면서 돈도 못받고 애꿎은 인공위성만 속수무책으로 빼앗겨버린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결국, 미신고 미허가 매각 – 정치인의 문제제기 – 정부의 고발 – 직원 및 회사 처벌로 끝났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

미신고 미허가 매각 – 정치인의 문제제기 – 정부의 고발 + 법률적 근거 없는 계약무효 “명령” – 상대방의 독자행동을 통한 위성 관제권 탈취 및 대금 무단 미지급으로 인한 수익 기회 상실 + 궤도 점유에 문제 발생 – 관련 직원 처벌

이렇게 오게 된 것입니다.

즉, 근거 없는 “계약무효명령”으로 인하여 인공위성도 허무하게 넘어가버리고 궤도 점유에 문제가 발생한 결과가 발생하였는데, 이것은 어차피 처벌을 받았을 미신고 미허가 매각으로 인한 처벌과정과는 관련이 없었던 것입니다.

정부 내 관련 전문가 집단에서 검토 과정이서 당연히 향후 발생 가능한 문제로서 검토가 되었다면 계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상태에서 관련자 고발만으로 차분하게 처리하면서도 다른 이슈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듣도 보도 못한 계약무효명령(위성 원상복귀 명령(?))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였다고 보지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이를 정치적인 쇼잉으로 본인의 입지를 강화시키기 위하여 이용하였던 정치인도 저는 큰 문제라고 보는데요. 뭐 정치인이야 원래 그러려니 합니다…

결국 이 사건은 구조적이라거나 깊이 뿌리박혀 있는 잘못된 관행 또는 비리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1) 특정 국회의원의 “무지”와 “정치적 목적”, 그리고 (2) 국회의원의 말 한 마디에 어쩔줄 몰라 우왕좌왕하다 “긁어부스럼”을 만든 정부의 헛발질, 마지막으로 (3) 일정 부분 여론에 휩쓸린 상태에서 깊은 고민을 해보지 않고 으레 그러려니 하며 판결한 사법(변호인의 정당한 주장에 대해서 아무런 판단 없이 검사의 주장을 무턱대고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판결을 풀어갑니다)의 고질적인 병폐라는 병맛 삼박자가 완벽하게 결합되어 만들어낸 전형적인 정치적으류 만들어진 사건이 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영화시켜놓고 실적을 내려고 노력했고 감가상각 끝난 자원에서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실적을 올려놨더니 이제 와서 그게 국가의 자산이네 하면서 매국노 프레임 씌워버리면 대체 어쩌자는 건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영화 시킨 거 아닌가요. 미신고 미허가 매각이랑 매국노 프레임은 전혀 관계 없는 문제입니다.

사건을 실제 진행했던 저의 입장에서는 매국노 프레임이라는 긁어부스럼이 없었다면 이 사건은 좀 더 정교한 논의가 진행되었을 것이고, 전기통신사업법이나 대외무역법 관련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었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당시 공학도 출신의 판사님이 사건을 담당하시다가 인사이동으로 인하여 바뀌시고 공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으신 후임 판사님이 오셨는데, 그때문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사건이 조급하고 어설프게 마무리되어버렸다는 느낌이 굉장히 컸습니다.

최근 들어 정립되어 있던 이론 조차도 흔들리면서 법률사건에서 예측가능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변호사가 아무리 달라붙어서 정치한 논리를 주장하더라도 그것이 논리적으로 받아들여질지 여부조차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는데 이제는 “도박”과도 같은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위와 같은 긁어부스럼도 법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있습니다.

실체를 파헤쳐 정의를 구현한다는 생각이 경우에 따라서는 돌이킬 수 없는 공익적인 중대한 손해를 발생시키는 긁어부스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새기고 우리 모두가 확신 또는 확증편향에 항상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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